작가인터뷰
- ‘얼룩덜룩 발자국’ 변지인 작가-
작가인터뷰
“생각은 했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했던 걸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시작한 것 같아요!”
- ‘얼룩덜룩 발자국’ 변지인 작가-
처음엔 공간디자인(무대디자인, 전시기획, 팝업스토어)쪽에서 일을 했어요. 컴퓨터 앞이 아닌 현장에서의 경험과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 좋았어요. 하지만 작업 이후, 아쉬움도 많이 남았어요.
공간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열정을 요구됩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과 비용, 사람들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공간들도 결국 그 특성상 행사(또는 전시)가 끝나면 바로 철거하고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견뎌야 했던 상실감 또는 안타까움이 저를 다른 길로 인도하게 되는 개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변화의 과정에서 ‘딱- 이거 해야지!’하는 명확한 목적 또는 방향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학창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그래서 시간이 날때마다 화실에 들려서 그림을 그렸을 뿐이었죠. 화실에 있는 동안은 그 시간 그 과정은 지금 회상해도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더구나 제가 그림동화를 만들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했었죠. 간혹 누군가가 제 그림을 보며 “동화책 일러스트레이터는 어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하면 거부감이 생길 정도였었으니까요.
스스로 동화책은 뻔한 내용을 다루거나 유치할 뿐이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옛날 동화는 권선징악같이 구분된 내용 밖에 없잖아요? 하지만 화실에서 동화책을 읽게 된 이후, 동화책도 주제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유치하고만 생각했던 것들도 결국 책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처음 시작은 모아둔 돈으로 그동안 미뤄두었던 여행도 다니고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마음껏 그리면서요. 하지만 잔고가 보이는 순간부터 힘들어 졌어요.
데뷔를 하면 일을 많이 받아서 할 줄 알았는데 생각처럼 진행되진 않았었죠.
현실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순간이 온거죠. 비슷한 시기에 도서정가제를 비롯해 전자책 등과 같은 이슈로 출판 산업이 힘들어지면서 더욱 고민이 많았던 시기가 아니었나 해요.
간혹 일이 들어올 때는 급하게 몰려서 들어와서 아쉽게 포기해야 하는 일들이 생기거나 일을 마치고 나면 이번엔 다음 일이 들어오기까지 너무 오랜기간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시기도 있었죠.
처음에 어려울 때는 왜 했나? 하는 마음도 드는게 사실이었지만 지금은 안정을 찾아서 ‘정말 잘한 것 같다.’하고 생각하게되는 걸 보면 ‘그 힘든 기간이 있어서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힘들지만 계속 나의 길을 걷다 보면 처음엔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게되고. 더 나아가서는 저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는 시기가 오는 것 같아요. 멀리 보면서 겸손하게 나만의 길을 가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나의 위치 또는 과정이 보이지않는 것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친구들은 일정 시간동안 일을 하면 직급 올라가고, 연봉도 올라가는 것처럼 뭔가가 눈에 보이는데 이일은 그렇지 않거든요. 그럴때마다 친구들은 사회에 정착해나가는 것 처럼 보이는데 정작 저는 계속 혼자인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독립하고 처음 했던 프로젝트가 떠오르네요.
같이 일했던 회사에 미안한 마음을 아직까지도 지울 수가 없네요. 스스로 자만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해요.
‘난 독립한 나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는 작가야.’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왜 그림에 대해 이렇고 저렇고 말을하지?’ 했었어요. 하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여간 미안한게 아니예요. 그냥 그렇게 그려 드릴 걸하는 마음이예요. 뒤늦게나마 기회가되면 죄송하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어요
그때 이후로는 내 개성을 주장하기보다 고객이 원하는 데로 작업해드리는 편이예요.
작품은 저만의 소유물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거잖아요. 혼자하는 예술활동도 아닌데..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겠지만.. 미련을 두기보다 이제부터라도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예전에는 '선 그림'이라는 일러스트 사이트에 50장 업로드하는 걸 ‘데뷰한다’라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림을 사고 파는 거래도 대부분 선그림에서 이루어지곤 했죠.
하지만 요즘엔 그라폴리오와 같은 곳이 많이 생겨서 상황이 조금 더 나아진 것 같아요.
물론 최근 그런 마켓들도 대형 포털로 편입되고 있어서 앞으로의 방향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전보다는 많이 여건이 좋아진 것 같아 다행이예요